[기타] <연합뉴스>철새들 '왕따'당해 굶어 죽을 위기
작성일 : 2024-12-22
조회수 : 876
철새들 '왕따'당해 굶어 죽을 위기
[연합뉴스 2005.12.08 06:07:21]
폭설 후 4일 간 굶어..지자체 손 놔(해남=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 조류 인플루엔자(AI) 여파로 전남 해남과 영암을 찾은 철새가 굶어 죽을 지경에 놓였다.
AI로 철새 이동이 반갑지 않은 지방자치단체 등이 먹이주기 행사 등을 자제하면서 기록적인 폭설 속에 철새가 먹잇감을 구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며 큰 혼란에 빠져있다.
조류보호협회 전남지회와 해남환경단체 회원들은 지난 달 초부터 해남 고천암과 영암호 등을 찾은 세계 보호종인 가창오리 30만 마리와 천연기념물 황새, 노랑부리저어새 등 철새가 지난 4일부터 이틀 간 내린 폭설로 4일째 먹이를 찾지 못해 탈진 상태에 있다고 8일 밝혔다.
특히 국내 최대 철새 서식지 중 하나인 고천암호에는 폭설이 내린 후 주변이 눈밭으로 변하면서 철새들이 모두 떠나버릴 정도로 사태가 심각한 상태다.
국회환경포럼자문위원인 변남주(교사) 씨는 "가창오리의 경우 낮에는 물 위에 떠서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고 밤에 먹이를 먹는 습성이 있는데 얼마나 배가 고픈 지 낮에 간척지 위 상공을 선회하며 먹이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면서 "현재도 많은 양의 눈이 쌓여 있어 이대로 방치될 경우 굶어 죽은 철새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때 진객(?)으로 대접받던 철새가 하루 아침에 먹이도 먹지 못하는 왕따 신세로 전락해 굶주린 비행이 계속되고 있지만 AI 때문에 누구도 나서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탐조대를 설치하는 등 철새를 이용한 관광객 끌어 당기기에 심혈을 기울였던 자치단체도 철새들의 굶주림에 두 손을 놓고 있다.
해남과 영암군은 굶주린 철새들의 이상징후를 알면서도 농민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철새 구하기를 사실상 외면하고 있는 상태.
해남군 관계자는 "눈이 들판에 쌓여 철새들이 먹이를 먹지 못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안이 없다"면서 "조류 인플루엔자 때문에 먹이주기 행사도 어려운 실정에 있어 솔직히 날이 풀리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chog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