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내일신문>법정관리 동·식물 체계 복잡
작성일 : 202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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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관리 동·식물 체계 복잡
[내일신문]2006-01-04 18면 2281자
멧돼지 1종에 ‘포획금지야생동물’ ‘유해’ ‘수렵동물’ 동시 적용CITES에서 정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 ‘유해야생동물’ 되기도
‘먹는자 처벌대상 야생동물’, ‘포획금지 야생동물’, ‘유해야생동물’, ‘수렵동물’에 모두 속하는 ‘한국고유종’ 야생동물은?
이런 복잡하고 도저히 중복될 수 없을 것 같은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동물이 있다. 정답은 ‘고라니’(Hydropotes inermis argyropus Heude)다.
왜 이런 여러가지 규정들이 동시에 적용될까. ‘포획금지’ 조항을 없앨 경우 언제 어디서든 제한 없이 야생동물 포획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라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고라니만이 아니라 모든 야생동물은 기본적으로 포획이나 수렵, 먹는 행위 등이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예외적으로 민간에 피해를 줄 경우와 개체수 조절을 위해 수렵장을 설정할 경우 등에 한해서 제한적으로 포획이 허용된다.
◆유해야생동물 중 ‘멸종위기’ 맹수류는 제외 =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된 동물들이 동시에 ‘포획금지 야생동물’로 지정된 것도 그 때문이다.
‘꿩’(Phasianus colchicus) ‘멧비둘기’(Streptopelia orientalis) ‘갈까마귀’(Corvus monedula) ‘까마귀’(Corvus corone) ‘까치’(Pica pica) ‘어치’(Garrulus glandarius) ‘참새’(Passer montanus) ‘멧돼지’(Sus scrofa) ‘청설모’(Sciurus vulgaris) ‘떼까마귀’(Corvus frugilegus) 등이 그런 예에 속한다.
그런데 ‘맹수류’(Fierce animals)는 기준이 조금 모호하다.
‘인가 주변에 출현하여 인명, 가축에 위해를 주거나 위해발생의 우려가 있는 맹수류’ 가운데 ‘멸종위기야생동물’로 지정된 ‘늑대’(Canis lupus coreanus) ‘여우’(Vulpes vulpus peculiosa) ‘삵’(Prionailurus bengalensis) ‘시라소니’(Lynx lynx) ‘표범’(Panthera pardus orientalis) ‘호랑이’(Panthera tigris altaica) ‘반달가슴곰’(Ursus thibetanus ussuricus) 등은 제외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로 육식성의 동물이 포함되는데 몸이 거대한 초식성이나, 잡식성이라도 몸이 거대하거나 앞니가 잘 발달된 것, 또는 떼를 지어 공격하는 동물 등이 포함된다’는 설명을 충족하는 ‘맹수류’는 무엇일까? ‘오소리’나 ‘담비’ 등이 겨우 이런 범주에 속할 수 있을 것이다.
‘조류’는 오히려 그 반대 경우다. ‘비행장 주변에 출현하여 항공기 또는 특수건조물에 피해를 주거나, 군 작전에 지장을 주는 조수류(Birds)’를 모두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도록 돼 있다.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라고 해도 항공기와 충돌할 경우 엄청난 피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제거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법정관리 동·식물’의 범주 총 10가지 = 이렇게 각종 규제가 복잡하게 적용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환경부가 ‘야생동·식물보호법’의 규정에 따라 보호 및 관리하고 있는 ‘법정관리 동·식물’의 범주가 10가지나 되기 때문이다.
현재 환경부 법정관리 동·식물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 △먹는 경우 처벌을 받는 야생동물 △포획금지 야생동물 △유해야생동물 △수렵동물 △생태계 교란 외래 야생동·식물 △관리 야생동물(버려지거나 달아나 야생화된 고양이 등) △멸종위기종 국제거래협약(CITES)에 의해 국제 거래가 규제되는 종 △국외로 반출할 경우 승인을 얻어야 하는 종 △수출·입시 허가를 받아야 하는 종 등이다.
물론 각 범주마다 법으로 정해 관리해야 할 필요성은 분명하다. 그러나 법정관리 체계가 너무 복잡하다보니 환경부 실무 담당자들도 각 생물종의 법 적용 여부에 대해 문헌이나 홈페이지를 찾아봐야 할 정도가 돼버렸다.
환경부 자연자원과 유태철 사무관(생물학 전공 박사)은 “2004년 ‘조수보호및수렵에관한법률’을 폐지하고 ‘야생동·식물보호법’으로 일원화했지만 아직도 과거 야생조수법 당시의 법 조항이나 용어가 많이 남아 있다”며 “특히 ‘유해야생동물’ 등 반환경적인 용어를 그대로 쓰고 있어서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취재 과정에서 ‘포획금지 야생동물’ 중 ‘외래 생물종’이 다수 포함돼 문제가 제기됐으나 이는 홈페이지 관리 업체의 단순 실수로 중복된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부 홈피 안에 있는 ‘한국의 야생·동식물’ 홈페이지를 현재 수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준기 기자 jkna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