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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비둘기피해] <일간스포츠>환경파괴·농촌약탈 `비둘기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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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파괴·농촌약탈 `비둘기의 역습`

참새 빈자리 점령 추수기 가장 큰 '적'
'평화의 상징'은 옛말 골칫거리 전락


 
서울시 발산 1동에서 농사를 짓는 최병회 씨(70)는 요즘 무척 괴롭
다. 자신의 농토를 강타한 비바람이나 태풍 혹은 가뭄 등으로 수확량이 줄었기 때문이 아니다. 이유는 도시에서 온 새로운 침입자 비둘기 떼 때문이다.

최 씨는 "비둘기가 추수를 앞둔 논에 들어가서 벼들을 먹고 벼 이삭을 밟아 농사를 망친다"고 했다. 떼를 지어 다니는 비둘기들 때문에 피해가 막심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상황은 비단 최 씨뿐이 아니라 이 곳에서 농사를 지어 본 사람이면 모두 겪고 있는 고통이다.

비둘기의 농촌 역습은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충북 보은에서 농사를 짓는 정수봉 씨(55)는 "동물들에의해 추수 피해를 입은 사례가 많은데 요즘은 특히 비둘기에 의한 피해가 많다"고 말했다. 청원의 이월석 씨(62)도 "떼를 지어 다니면서 농사를 망치는 비둘기 떼를 쉽게 볼 수 있다"며 "추수가 끝난 논에는 이삭을 주워먹기 위해 비둘기가 가득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참새가 사라진 농촌에 비둘기가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농작물을 습격,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는 것. 비둘기의 습격은 농촌뿐만 아니다. 도시에도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88올림픽 등 각종 국제행사에 단골처럼 등장했던 비둘기 방사로 인해 비둘기가 도심의 건물, 각종 시설에 마구 둥지를 틀고 있으며 환경을 더럽히고 있다.

부산항 수입양곡이 들어오는 부두에는 비둘기 떼가 날아와 곡식을 쪼아먹고, 이를 쫓기 위해 인부들이 정신없이 손짓을 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은 아직 이러한 비둘기를 막을 만한 제도적인 장치가 전무하다는 점. 도시뿐 아니라 농촌도 습격하고 있는 도심 비둘기의 경우 담당 소관부처가 명확하지도 않을 뿐더러 관련 법이 없어 포나 독약을 써서 비둘기를 잡을 경우 형사처벌 사항이어서 비둘기의 수를 줄일 방법이 모호하다.

'새박사'로 널리 알려진 경희대학교 생물학과 윤무부 교수(58)는 "비둘기가 잠자고 쉬는 장소 등 서식지 환경을 통제해 나간다면 비둘기의 수는 금방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윤 교수는 이어 "기존의 비둘기들을 잡아 죽이는 것은 반대하지만 비둘기가 인간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는 만큼 이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평화의 상징으로 오랫동안 군림(?)하던 비둘기가 이젠 처치해야 할 대상으로 전락한 셈이다.

박동준 기자 <eebadak@il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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