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동아일보>"조류독감, 동남아 풍토병 넘어 ‘팬데믹’ 공포로 확..
작성일 : 2024-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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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이후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가금류의 흑사병’으로 불리는 조류독감 사망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조류독감이 동남아 지역의 풍토병으로 굳어져 근절될 수 없다고 판정했다. 조류독감 희생자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조류독감 바이러스로부터 곧 사람에게 치명적인 독감 바이러스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제3차 내습=지난달 30일 베트남 호찌민 시 제1소아과병원에서 10세 베트남 소녀가 조류독감으로 숨졌다. 베트남에서는 지난해 12월 중순 재발한 조류독감으로 이 10세 소녀를 포함해 모두 12명이 희생됐다.
또 지난달 29일 호찌민 시의 한 병원에서 고열과 폐 기능 악화 증세로 입원 치료를 받다 숨진 25세의 캄보디아 여성의 사망 원인도 조류독감이라고 호찌민 시 의료당국이 1일 판정했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재발한 조류독감은 베트남 외 지역 주민 중에서 첫 희생자를 냈다.
아시아 지역을 강타한 조류독감은 2003년 12월 첫 발생이 보고됐다. 제1차 조류독감은 2004년 1월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중국 등 8개국으로 퍼져나갔다. 24명이 사망했고 가금류 1억200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한동안 잠잠하던 조류독감은 2004년 7월 다시 고개를 들었다. 베트남과 태국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중국에서 제2차 조류독감이 확산됐다. 이번에는 말레이시아도 포함됐다. 8명이 숨졌으며 가금류 100만 마리 정도가 도살됐다.
▽팬데믹(pandemic·대륙간 전염병) 우려=2003년 12월 이후 동남아 지역에서 발생한 조류독감 바이러스 유형은 H5N1이다. 보건 전문가들은 조류독감 바이러스 중 H5와 H7의 두 가지 유형을 가장 우려한다. 유독 변이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H5N1 바이러스는 재발을 거듭하면서 감염 대상이 늘어나고 생존력도 강해지고 있다. 처음에는 가금류만 걸렸으나 쥐 고양이 호랑이 등 포유류도 자연 상태 또는 실험실에서 감염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비둘기가 감염됐다는 보고도 나왔다.
WHO는 지난해의 H5N1 바이러스가 1997년과 2003년 홍콩에 출현한 H5N1 바이러스와는 크게 다르다고 결론지었다. 이 바이러스가 사람의 독감 바이러스와 유전자를 맞교환해 새 바이러스로 바뀌면 팬데믹은 시간문제가 된다.
이미 지난해 9월 태국에서 H5N1 바이러스가 가축을 거치지 않고 딸에서 어머니로 옮아갔음을 태국 연구진이 확인했다. 다행히 제한적인 감염으로 끝났다.
100만 명을 희생시킨 1957, 58년의 ‘아시아 독감’은 조류독감과 사람독감 바이러스가 결합해 만들어졌다. 1918, 19년 2000만 명을 숨지게 한 ‘스페인 독감’은 어린이 집중 감염, 바이러스성 폐렴 등 H5N1과 증상이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WHO는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H5N1 바이러스는 새로운 대륙간 전염병으로 등장할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대응 부심=베트남은 23∼25일 호찌민 시에서 태국과 캄보디아 등 조류독감 발생국가와 WHO를 비롯한 국제기구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조류독감 정상회의’를 열어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조류독감이 아시아 지역에서 풍토병으로 자리 잡는 양상을 보이고 충분한 감시망이 미치지 못하는 데다 건강한 오리가 배설물을 통해 바이러스를 옮기는 상황이어서 근본적 대책 마련은 어려운 과제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