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기사 - 기타

[기타] 일본, 지금은 ‘까마귀와 전쟁 중’


조회수 : 973

<KBS 세계를 가다>일본, 지금은 ‘까마귀와 전쟁 중’

   
<앵커 멘트>

일본이 때 아닌 까마귀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도심을 중심으로 까마귀 개체수가 급증하면서 더 이상 공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행정 당국이 영리한 까마귀들을 퇴치하기 위한 갖가지 묘안을 짜내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간과 까마귀간의 공방전,양지우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영원한 맞수의 대결 한일 축구전. 일본 선수들의 유니폼 문장을 자세히 보면 새 한마리가 있습니다. 다리가 셋 달린 까마귀 '삼족오'입니다. 까마귀는 일본의 제1대 천황인 진무 천황 전설에서 길 안내 역할도 합니다. 이처럼 일본의 까마귀는 흉조로 취급받는 우리나라 까마귀보다 나은 대접을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이 까마귀들이 산을 내려와 도심 생활을 시작하면서 평판이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도쿄 도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까마귀들의 아침식사 시간입니다. 먹이를 꺼내려고 쓰레기 봉투를 쪼아놓은 바람에 지저분한 음식물 찌꺼기가 인도로 쏟아집니다. 도심 미관에 좋을 리 없고 악취, 위생면에서 문제가 됩니다. 도시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최강자로 군림하는 까마귀는 사람들에게 해코지도 합니다.


<인터뷰>도쿄 시민: "통학길에 제 머리 위로 까마귀 배설물이 떨어졌습니다."


<인터뷰> "까마귀가 어린이 머리에 앉아 부리로 쪼았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무서워요."


최근엔 조류 인플루엔자의 매개체로 의심받아 환경장관이 까마귀 실태 조사를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까마귀 민폐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곳은 도쿄돕니다.

4년전 까마귀와의 전쟁을 선포한 도쿄도는 먼저 도내 100 군데에 덫을 설치해 이 골치덩어리들을 잡아들였습니다.


일본 최대의 환락가인 신주쿠 가부키쵸입니다. 동이 트면 까마귀들이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날아오는 방향은 모두 일정합니다.


<인터뷰>이와자키 (도쿄도 환경계획과 차석): "모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날아갑니다.오는 방향이 모두 똑같습니다. 날아오는 방향은 요요기공원 쪽입니다."


요요기 공원과 메이지 신궁은 가부키쵸에서 2km떨어져 있습니다. 요요기 공원 등에 둥지를 틀고 있는 까마귀들이, 아침 출출한 배를 달래기위해 가부키쵸로 모여드는 것입니다. 요식업소들이 밀집한 가부키쵸의 음식물 쓰레기는 까마귀들에겐 그야말로 진수성찬입니다.


<인터뷰>치다 (신주쿠 청소사무소 기능장): "원래 산 속에 있던 까마귀가 도시로 와 쓰레기를 먹이로 삼는 것을 배운 후 이런 상태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같은 사실을 알아차린 관할 행정당국이 물론 가만히 있을 리 없습니다. 가부키쵸를 관할하는 신주쿠구청은 지난달 2일부터 쓰레기 수거 시간을 1시간 30분 앞당겼습니다. 까마귀들의 가부키쵸 집합 시간이 아침 8시 전후라는 조사 결과가 나온 후, 식사 시간 전에 먹잇감 쓰레기를 아예 없애버리겠다는 계산입니다. 효과는 극적입니다.


<인터뷰>다케마에 신주쿠구민: "쓰레기를 빨리 내놓으면서 깨끗하게 돼 좋습니다.(예전에는 어땠습니까?) 고양이나 까마귀가 와서 쓰레기를 흩트려 놓았습니다. 지금은 그럴 수 없어 깨끗하게 됐습니다."


사람들이 다가오면 까마귀들은 일단 근처 가로등이나 전신주로 피한 후 다시 쓰레기로 모여드는 습성을 이용해, 회심의 일격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쓰레기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바로 옆 가로등에는 바늘이 설치돼 있습니다.


최근엔 까마귀의 시각 능력에 혼란을 줘 먹이를 아예 보지 못하게 하는 방법까지 나왔습니다.

신주쿠구가 시험삼아 노란색 쓰레기망을 설치한 곳입니다. 왼쪽 노란색 쓰레기망쪽은 까마귀들이 얼씬하지 않지만, 기존의 파란망쪽에선 식사가 한창입니다. 노란색 쓰레기망에는 시각 능력을 어지럽히는 특수 물질이 들어있어, 그물 안에 있는 물체가 까마귀들에겐 보이지 않습니다. 호기심 많은 까마귀가 혹시 노란망을 물어뜯었을 경우, 이에 대비한 장치도 마련돼 있습니다. 노란망에는 매운 맛 성분인 캡사이신이 들어있어, 까마귀는 호기심에 대한 댓가를 톡톡히 치뤄야 합니다.


<인터뷰>신주쿠구청 직원: "노란 망을 덮어둔 곳에는 까마귀가 흥미를 보이지 않습니다.그러나 지금까지쓰고 있는 파란망에는, 여기 쓰레기 봉투를 보시면 알겠지만, 까마귀 피해가 여전합니다."


노란 쓰레기 봉투 역시 똑같은 이치로 까마귀들이 접근하지 않습니다. 노란색 봉투와 흰색 봉투가 함께 놓여있을 경우, 까마귀들은 흰색 봉투만 열심히 쪼아댈 뿐, 노란색 봉투는 잘 건드리지 않습니다.


<인터뷰>사이토 (신주쿠구민): "(까마귀가) 오지 않습니다. 저기 흰 봉투는 지금도 엉망이 됩니다. 누가 생각해 냈는지 이것 참 대단합니다."


사이토 할아버지가 알고 싶어하는 이 아이디어의 주인공은 '까마귀 박사'로 불리는 스기타 교수입니다.


<인터뷰>스기타 (우츠노미야대 생물생산과학과 교수): "까마귀 대책으로서 효과가 100%는 아니더라도 거기에 가깝다는 이야기는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기타 교수는 자신의 연구 목표가 도심 까마귀의 절멸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독극물을 쓰지 않는 한 도심 까마귀를 모두 없애는 일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음식물 쓰레기라는 먹이를 내놓아 도시로 야생 까마귀를 유인한 인간의 책임도 있기 때문입니다.

까마귀 피해가 있다고해도 인간들이 참을 수 있을 정도라면, 도심 까마귀에 대한 총공격은 중지돼야 한다는 것이 스기타 교수의 생각입니다.


<인터뷰>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절대로 가까이 오지 말라는 것은 할 수 없습니다.서로 참을 수 있을 정도의 범위를 만드는 것이 야생동물과의 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나 고양이보다 머리가 좋다는 까마귀는 그동안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함정들을 때론 간단하게 피해왔습니다. 내일이면 노란 쓰레기 봉투를 눈여겨보는 이상한 까마귀가 출현할 지도 모릅니다. 공존하기 위해서라는 인간과 까마귀의 전쟁,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다음글 - [기타] <서울신문> 절실해진 친환경 도로건설

▼이전글 - [기타] <연합뉴스>철새들 '왕따'당해 굶어 죽을 위기

E-mail : sori@mille-korea.com

Copyright ⓒ 2016 MiT&S Co.,Ltd.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