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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중앙일보>"AI, 사람끼리 감염 땐 세계서 200만~700만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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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사람끼리 감염 땐 세계서 200만~700만 희생"
[중앙일보 2005.11.02 05:22:16]
       

[중앙일보 박경덕] "조류 인플루엔자(AI)는 사람 감염 시 치사율이 50%나 되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특히 인체 간 감염이 시작되면 세계 인구의 25~30%가 병에 걸려 200만~700만 명이 희생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각국은 AI에 대한 예방.대처.관리 체계 구축 등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AI가 아시아.유럽 등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의 AI 방역 사령탑을 맡고 있는 마이크 라이언 유행성전염병경보대응국장을 지난달 31일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WHO 본부에서 만났다. 라이언 국장은 지독한 감기 몸살을 앓고 있었다. 인터뷰 중에도 기침을 자주 했다. AI 때문에 휴일도 반납한 채 일에 매달린 탓이라고 한다. 라이언 국장은 역학(疫學)을 전공한 의사 출신 관리다. 그는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 진압을 총지휘하기도 했다.-세계는 지금 AI의 인체 감염 우려로 떨고 있다. AI의 인체 감염 위험도는 어느 정도인가.

"현재 AI는 수백만 마리의 조류를 감염시키고 있고 사람에게서 발생한 사례도 120건이 보고됐다. 상대적으로 사람에게는 잘 전파되지 않지만, 일단 감염되면 치사율이 50%가 넘는 아주 위험한 질병이다. 현재 우려되는 것은 조류들 사이에 AI가 상당히 빠르게 전파됨에 따라 더 강력한 전파력을 가진 신종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사람에게도 더 전파가 잘 되고 치사율도 높아져 인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다. AI가 끼치는 경제적 피해도 심각하다. 양계업 종사자들이 금전적 피해를 보고 있고 가금류 살(殺)처분에 따른 식량 부족 현상도 걱정스럽다. 요약하면 현재 범세계적으로 AI 발생 위험이 큰 상황이다."-AI가 인간에게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한 WHO의 대책은.

"우선 조류들 사이에 AI가 전파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그 다음 사람이 병에 걸린 조류에 노출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AI는 최근 아시아에 이어 유럽으로 번지고 있다. 향후 아프리카로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대응 체계가 열악한 아프리카도 걱정되지만 현재로서는 아시아 지역이 훨씬 더 위험한 상황이다. 아시아는 가금사육업이 산업화.체계화되지 못하고 영세하다. 집 뒷마당에서 키우는 식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사람과 조류의 접촉이 잦다. AI 환자도 가장 많이 발생했다. WHO 차원의 대응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AI는 사회.정치.경제 분야에 걸쳐 총체적 대책이 필요한 문제다. 각국에 대해 AI를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이를 선정하고 다룰 것을 권고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보건 교육이나 홍보도 시급하다. AI가 유행하는 지역에서 조류와 접촉을 피하고 병이 의심되면 곧바로 당국에 신고하는 등 대처 요령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 AI로 피해를 본 업자들에 대한 보상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AI 발생 시 신속한 신고를 기대할 수 있다."-지금까지 파악된 사람에게 전파되는 AI 바이러스의 종류는 대략 몇 가지인가.

"일단 조류에서 발생, 사람에게 전파되는 바이러스로는 H5.H7.H9형이 있다. 네덜란드에서 사망자 한 명을 발생케 한 바이러스는 H7N7이었는데, 현재는 H5N1형이 가장 신형이고 또 가장 걱정스러운 바이러스다."-당신은 사스 유행 당시 실무 총책임자로서 진압을 진두지휘한 바 있다. 당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접촉자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사스는 직접 또는 근거리 접촉으로 전파된다. 따라서 비행기 여행 등을 통해 여러 나라로 전파될 수 있다. 이때 접촉자를 파악하고 이들을 관리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부분이었다. WHO는 인플루엔자가 전 지구적 대유행병으로 발전하기까지를 여섯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표 참조). 현재의 AI는 세 번째 단계에 와 있다. AI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사람에서 사람으로 광범위하게 전파되는 순간이 마지막 단계다. 거기까지 가려면 세 단계가 남아 있다. 아직은 기회와 시간이 있으니 예방과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스보다 AI는 훨씬 제압하기 어려운 질병이다."-AI의 사람 간 감염 사례는 아직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사람 간 전염이 가능해질 경우 희생자 규모는 얼마나 될 것으로 예측하는가.

"아무도 정확하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참고로 1918년 스페인 독감이 발생했을 때는 최고 5000만 명이 희생됐다. 그러나 그 후 57년 아시아 독감과 68년 홍콩 독감이 발생했을 때는 희생자 수가 100만 명으로 확 줄었다. 희생자 규모는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바이러스 종류가 어떤 것인지 파악된 후에야 어느 정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일단 WHO에서는 최소치로 잡아도 세계 인구 중 20~25%가 병에 걸려 이 중 200만~700만 명의 사망자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추정은 사실 각국에 대비책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말하자면 지금은 예측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국가별로 바로 준비와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물론 WHO는 불필요한 공포감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한다."-AI가 대유행병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나.

"각국별로,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대책이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국제 공조나 국제적 대응은 개별 국가 차원의 대책이 준비되면서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당장 한국의 경우를 보자. AI가 유행할 경우에 대비해 환자 입원과 이송, 가정과 사업장에서의 대처 등에 대한 준비가 돼 있는가. 공공교통이나 서비스 분야에 대한 대책은 마련돼 있는가. 국제적으로도 백신 개발과 치료제 비축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감시 체계를 가동하는 일이다. 즉 현재 각국에서 어떤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지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일단 상황이 발생하면 철저하고 정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7~9일 WHO에서 AI 관련국 담당자들이 모여 회의를 연다. 이 회의는 각국의 준비 상태, 지역과 전 지구적 대처, 그리고 과학적.정치적으로 모든 부분을 점검하는 매우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비상 시기에 AI 대처의 주무 기구인 WHO에 이종욱 사무총장 같은 지도자가 있다는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AI 대처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명확한 지침과 신속한 결정을 통해 실무자들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전 세계가 AI의 영향권에 들면서 치료제인 타미플루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품귀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WHO는 각국 정부에 어느 정도의 타미플루를 비축하라고 권고한 적이 없다. 이는 각국이 알아서 할 일이다. 다만 타미플루는 전 세계에서 단 한 회사만이 생산할 수 있다. 설령 이 회사가 다른 회사나 기관과 공동 생산을 한다 하더라도 이른 시일 내에 많은 양을 생산.보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현재 WHO가 추정하기로는 전 세계 인구의 2%가 쓸 수 있는 약품이 있을 뿐이다. 또 타미플루는 다른 항바이러스제와 마찬가지로 내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타미플루에 내성을 가진 바이러스가 발견된 환자는 지금까지 딱 한 명이었다. 내성 문제는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위험(possible risk)'이다."-한국에서는 '조류독감'이라는 용어를 쓰다가 최근 중앙일보를 비롯한 국내 일부 언론이 '조류 인플루엔자(AI)'로 바꿔 쓰기로 했다. 축산업계에서 "'독감'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쉽게 걸리는 질병을 연상케 해 산업에 타격이 크다"고 건의해 왔기 때문이다. WHO도 그런 식의 다른 이름으로 부를 계획은 없는가.

"WHO는 이미 '조류 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란 용어를 쓰고 있다. 현 단계에서 이를 다른 표현으로 바꿀 계획은 없다. 조류에서 사람으로 전파됐다면 '인체로 전염된 조류독감(avian influenza in human)'이라고 풀어서 쓰면 된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돌연변종 바이러스가 등장한다면 세계적 대유행병이 된 상태에서 다른 호칭을 고려해 볼 만하다."라이언 국장은라이언(41) 국장은 아일랜드 출신으로 전염병과 공중보건 분야에서 주로 일해왔다. 더블린대에서 공중보건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골웨이대학에서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거쳤다. 이후 영국 런던에 있는 전염병감시센터에서 공중보건과 전염병 분야 전문가 과정을 밟았다. 1996년 WHO에 전염병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부서가 생기면서 WHO와 인연을 맺었다. 지금까지 에볼라 바이러스.콜레라.뇌막염.이질.재귀열 등 수많은 전염병과 관련해 최일선에서 예방과 대응을 도맡아 왔다. 2004년 6월 현 직책인 유행성전염병경보대응국장에 임명됐다. ▶박경덕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poleeye/- '나와 세상이 통하는 곳'ⓒ 중앙일보 &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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