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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피해] <국민일보>매 없는 곳에 까치가 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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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없는 곳에 까치가 대왕

[국민일보]2006-06-08 1860자
[쿠키 사회] 까치가 도심 생태계의 최강자의 자리에 올랐다. 높은 지능과 단결력을 바탕으로 인간이 훼손한 도심 생태계에 적수가 없을 정도로 잘 적응했기 때문.

◇사람도 공격하는 까치=8일 서울대 캠퍼스에서 연구실로 향하던 김모(30·박사과정)씨는 계단 밑에서 날아가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노려보는 까치를 발견했다. 녀석은 떨어진 닭다리를 노리고 있었다.

몇차례 닭다리를 부리로 집어들어 봤지만 너무 컸다. 들어올리지도 못하고 포기하지도 못한 채 종종거리며 닭다리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행여 누군가 닭다리를 낚아채 달아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조류 관찰이 취미인 김씨는 닭다리를 빼앗아 까치를 골려줄까 했지만 곧바로 포기했다.

집어드는 순간 까치가 자신을 공격하는 모습이 상상됐기 때문.

실제로 까치가 개,고양이를 비롯해 사람까지 자신보다 덩치가 큰 동물을 공격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서울대 산림자원학부 최창용 연구원은 “까치는 한쌍이 자신의 영역을 유지하는 경향이 강해서 그곳에 침입하는 다른 새들을 적극적으로 공격하며 둥지나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사람이나 개,고양이 등 대형 동물을 공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능이 높고 위협을 당하는 상황이 오면 집단으로 공격하는 습성을 갖고 있기 때문.

지난달 22일 서울대병원 앞에서는 둥지에서 떨어진 새끼를 주워 올려 주려는 시민들을 까치가 공격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도심 날짐승 최강= 홍릉 등 자연 상태가 비교적 잘 보전된 도심내 공원지역에서는 까치가 청설모,고양이를 공격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공원 주변 음식물 쓰레기를 차지하기 위해 비둘기를 위협해 내쫓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

도심에서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맹금류인 황조롱이는 까치에게 쫓겨 달아나기 일쑤이다.

몸길이가 45cm 정도인 까치는 황조롱이(몸길이 34cm정도)를 압도한다. 몸집이 크기도 하지만 동족이 공격을 당하면 집단으로 달려드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황조롱이로서는 상대하기가 여간 부담스러운 녀석들이다.

길짐승 중에서 최강의 자리에 올라있는 고양이도 까치의 상대가 안된다. 까치 둥지에 접근한다 싶으면 여지없이 ‘융단폭격’ 식으로 쪼임을 당해 꽁무니를 빼기 마련이다.

산비둘기,들쥐,새끼오리 등 공격 목표도 다양하다. 한창 새들이 번식기를 맞은 요즈음은 다른 새의 둥지를 털어 알이나 새끼들을 잡아먹는 맛도 까치에겐 ‘별미’다.

◇매 없는 곳에 까치가 대왕=까치가 대세를 장악한 것은 까치를 잡아먹는 새매,참매,수리부엉이,올빼미 등 맹금류가 산업화에 밀려 사라졌기 때문.

호랑이 없는 곳에 여우가 왕인 것처럼 매 없는 도심은 까치 세상이 된 셈이다.

더불어 까치와 비슷한 영역을 경쟁하던 까마귀들이 자취를 감춘 것도 까치의 득세에 일조를 하고 있다. 경쟁 종(種)이 사라지면 활동영역이 넓어지고 그만큼 번식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옛부터 길조(吉鳥)로 여겨진 까치와 달리 까마귀들은 나쁜 조짐으로 해석돼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시달린 결과다.

그러나 ‘챔피언’에게도 고충은 있다. 서식 밀도가 늘어나면서 전주 위에 집을 지어 누전사고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몰렸다. 개체수가 급격히 많아져 서식 여건이 나빠지면서 번식률이 낮아지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곤충,과일 등 먹이가 부족해 과수원을 노리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뒤져 주민들의 원성을 사는 일도 잦아졌다.

이에 따라 까치는 유해조수로 규정돼 2004년에만 모두 38만8499마리가 잡힌 것으로 집계됐다.

최 연구원은 “까치의 개체수 증가와 그로 인한 피해는 우리가 초래한 것이며,사람이 이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각각의 까치들도 자유로운 삶을 방해받는 사실을 보면 까치 역시 생태계의 폭군인 동시에 피해자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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